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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슬프게 만드는 것
140808 2nd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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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가시넝쿨을 잔뜩 감고 나의 목을 졸라왔다. 조금도 아프지 않아서 나는 잠시 한숨을 내쉬고 그대로 손을 떼어냈다.

이제 당신의 것은 없어. 초라해진 등을 보며 퍽 즐거워했다.

 

 

 

Mission 2nd. 너의 배덕이 나를 기쁘게 하였으나

그를 슬프게 만드는 것

 

 

 

1.

저문 하늘에서 어둠이 쏟아져 내렸다. 두 눈을 깜박이면 스쳐 지나가던 별들이 그 날은 아무런 빛도 발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 숨어 그대로 사그라졌다. 아마도 죽은 것이다. 세이지는 사라지는 그 모든 것들을 아쉬워했으나 굳이 의미를 두지도 않았다. 사라진다는 것은 잊힌다는 거야. 기나긴 방황을 끝낼 때가 도래했다.

 

 

 

2.

 

―네 컨디션이 요즘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이지 클라리는 드물게 편지를 구겨 상자 속에 던져 넣었다. 입을 벌린 상자 속으로 손쉽게 들어갔다. 그의 큰 형 캐모마일 클레리는 사람을 길들일 줄 알았다. 이제 세인트 폴에서 Clary라는 성을 듣고 캐모마일을 떠올리는 자는 극히 적었으나 (아니, 없다고 봐도 좋았다.) 여전히 세인트 폴 남학교에는 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약혼녀 리첼에게 부탁했던 물건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감실을 찾은 세이지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곧 캐모마일에게 편지 올 때가 되지 않았니?” 품에 쏙 안길만큼 아담한 크기의 박스를 건네주며 선생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이미 지났죠, 라고 말할 뻔한 세이지가 천천히 말을 고르다 옅게 웃었다.

“가을이면 그도 꽤 바쁠 테니까요.” 오지 않으면 제가 보내면 됩니다. 서운할 것은 없죠. 가볍게 목례하고 사감실을 빠져나온 세이지는 곧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상자를 아무렇게나 침대 위에 던져두고 아직 인장을 떼지도 않은 한 달 전 편지를 꺼내 책상 위에 고루 놓았다. 2주가 지나기도 전에 꼭 하나씩 날아오던 편지는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발이 끊겼다. 캐모마일 클레리가 쏟는 것만큼 정성스러운 것은 아니었으나 두 달에 한 번씩은 형식적으로나마 답을 하던 세이지였다. 차마 펼치지 못했던 편지만큼 죽음이라는 것은 아직 그에게 서늘한 검 날과 같아서 답지 않게 많이 휘청거렸던 것은 맞았다. 그러나 그것은 학교 내에서의 일일 뿐, 그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부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열지 않았던 한 달 전의 편지 첫 줄에는 들키고 싶지 않았던 세이지 클라리의 치부가 드러나 있었다. ―그 방법은 도무지 알 수 없지만―캐모마일 클레리는 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세이지가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페이퍼 나이프를 검지로 가볍게 훑었다. 나는 당신의 사막여우가 아니야.

이제 독립할 때도 되었지. 얇은 입술을 길게 늘여 웃었다. 편지 뒷면은 캐모마일의 청첩장이었다.

 

 

 

3.

고해성사를 마치고 돌아온 세이지는 퍽 기분이 좋았다.

 

 

 

4.

로렌스 모건은 곧 형사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말 뒤에 숨어있었다. 세이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좋은 하루 되길, 로렌스. 등 뒤의 로렌스 모건이 무슨 표정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5.

들려오는 소문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어디까지나 입을 타고 흐르는 소문이니만큼 저도 신부님께 확실히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존 애드리언 군의 평소 행실이 곱지 않았다는 동급생들의 말이 간혹 들려오더군요. 워낙 악명이 자자해서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아이들은 그런 녀석은 죽어도 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세이지?

아뇨, 죽어 마땅한 생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신부님.

 

 

 

6.

품속에 작은 종이뭉치들을 안고 세이지는 유유히 방으로 돌아왔다. 콜튼은 다행히도 깊이 잠들어있었다. 걸치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의자 위에 걸어두고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운 세이지가 제 손안에 들린 쪽지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문득 옆을 돌아보았다. 굳게 닫힌 창문 밖으론 작은 바람과 어둠과 빛이 하늘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중 구름은 어느 조각에 있는지 궁금해져 애써 찾아보았지만 한 조각도 보이지 않았다. 잃은 자에 대한 슬픔 또한 한 조각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는 이런 식으로 사라질 것이다. 잊어버린 것들은 어김없이 세이지 클라리의 세계에서 달아났다. 사라지지 않더라도 달아나게 될 것이다. 다음 날 비가 오더라도 세인트 폴에선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린다. 그저, 그런 것이었다.

 

세이지 클라리는 종이뭉치를 그대로 모두 태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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