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걷던 이의 발걸음이 멈추자 적막이 흐른다. 굵게 컬이 들어간 연보라 빛의 머리카락은 바람결을 따라 흔들린다. 검은 리본 형태의 머리끈으로 묶었음에도 허리의 절반을 가리는 길이였다. '신비롭다'라는 감상이 나올 찰나, 앞을 향하던 그의 시선은 어느 새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라임색의 경계가 원을 그리고 있는 회색의 눈동자. 강렬한 색임에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선명한 감정들이 가지각색으로 떠오르기 때문일 터다. 까칠하다, 혹은 도도하다. 글렌의 새초롬한 눈을 마주한 이들이 가장 처음 가지는 생각이다. 날카로운 눈매 탓에 무표정일 때는 매섭게 보인다는 평을 종종 듣는 모양이었다. 글렌은 이내 완전히 몸을 돌려 당신을 바라본다. 곧은 자세와 각이 잡힌 옷차림은 흐트러짐 없이 정리되어 당신의 시선을 채운다.
“그러니까.”
선명하고 단단한 목소리로 답한 그는 품 속을 뒤적여 낡은 회중시계 하나를 꺼낸다. 찰칵, 열린 뚜껑을 손가락으로 받치며 그는 당신을 훑어 내리듯 눈동자를 굴린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요?”
나직한 한숨 소리와 함께 무심한 눈빛은 그대로 회중시계 안의 초침에 고정된다.
〔 제멋대로 〕
퍼스널 스페이스의 경계가 확실하다. 함부로 선을 넘을 경우 강하게 경고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먼저 다가가는 건 상관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등 꽤나 제멋대로 행동하는 구석이 있다. 선을 단호하게 긋는 편이나, 그 선의 기준은 자유분방하기 그지 없으며 의외로 정에 약한 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아이, 글렌을 마주한 이들의 첫인상은 대체로 그러하다. 때때로 계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득이 되는 관계를 쌓을 경우의 글렌은 단정하고 친절한 아이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 밖의 사람 앞에서는 상당히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손익 계산이 뚜렷해 보이는 태도를 본 몇몇 이들은 ‘내숭쟁이’ ‘계산적이다’ 라고 글렌을 깎아 내리기도 했으나, 그 말에 상처를 받을 이는 아니었다. “타인을 헐 뜯을 시간에 좀 더 건설적인 일을 찾아 보는 게 좋겠네요.” 라며 오히려 코웃음을 치는 편이었지.
〔 자존감? 자존심! 〕
글렌은 언제나 당당하게 행동한다. 침착하고 똑부러지는 태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이들은 글렌 디아뮈드를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생각했으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일이 생각대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드러나는 초조함과 불안의 강도, 은근히 타인에게 인정 받으려는 모습 등. 눈치 빠른 이들은 글렌이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이 높은 아이라는 사실을 쉽게 깨달을 수 있으리라. 글렌은 때때로 친하지 않은 이에게는 친절을 베풀고, 사이가 가까워진 이에게는 오히려 까칠하게 반응하는 등 자신의 감정과 반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곡에 찔리면 입을 다물고, 그와 무관할 경우 쉽게 답을 하는 아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 패턴은 대체로 글렌의 자존심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글렌은 타인이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으며, 상대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는 등 승부욕이 강한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상당히 익숙해 보였다.
〔 완벽의 미학 〕
글렌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완벽’이다. 공부, 예술, 운동, 취미 생활까지 그는 실수를 수치스러워하며 보다 높은 완성도를 추구한다. 주변인들은 때때로 그러한 태도에 대해 ‘이상한 집착’ 혹은 ‘강박’ 이라고 표현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벽에 대한 잣대가 자기 자신에게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리라.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지 타인의 실패에 상당히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자기 자신에게만 엄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 한정으로 노력했다면 그 결과가 실패라고 해도 비난하지 않고 지켜본다. 하지만 어떠한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일을 대충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글렌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지도 모른다. 그마저도 상대방이 들을 준비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할 경우 상대하지 않는 듯 하다.
February 6th, Aquarius
Diarmuid | 부유한 가문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시계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브랜드의 이름은 가문명을 따온 Diarm이다.- 글렌은 디아뮈드가의 외동딸로 물질적 부족함은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자라왔다. 디아뮈드 부부와 글렌의 나이차는 평균 이상으로, 글렌은 늦둥이인 것 같다.
Blood Type | RH+ AB
Specialty & Hobby | 글렌에게 이를 묻는다면 어떠한 특기도 취미도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직접 묻지 않고 주변에서 그를 지켜본다면 글렌의 특기, 취미는 요리 -제과제빵 계열- 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Like | 반숙으로 조리된 잉글리쉬 머핀, 과일플람베, 시계 초침 소리, 완벽
Hate | 어수선한 분위기, 우유부단한 태도, 준비 및 연습 없이 시도하는 것, 자기 자신, 시계초침 소리
Solve Academy | 13세 봄에 입학하여 올해로 아카데미 3년 차. 상위권에 속하는 등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이 종종 발견된다. 1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나 모든 과목에서 ‘완벽’한 성취를 얻으려는 듯한 모습은 때때로 비이상적으로 느껴진다. -‘완벽’에 대한 기준이 있는 듯 하나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성과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그저 스스로가 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etc |
0. 감정-부정적, 긍정적 둘 다-의 폭이 커지면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는 습관이 있다.
머쓱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1. 거짓말에 재능이 없다. 표정을 유심히 살필 경우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2. 똑 부러지는 어투, 말을 흐리는 경우가 적다.
3. 양손잡이. -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손은 오른손 인 것 같다. -
4. 끝 부분이 날카롭게 마무리된 필기체. 스치듯이 보면 컴퓨터로 작성해 인쇄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5. 낡은 회중시계를 항상 품에 넣어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