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때 부터 관리받은 테가 나기는 하다만, 곳곳에서 생활의 흔적이 엿보인다. 굳은살이 박인 손 끝이나 끝이 갈라진 머리카락 등등… 몸짓은 나풀하니 우아하지만 너무 고풍스럽다못해 구식으로 느껴지는 면이 없잖아 있다. 교복이 아닌 레이스와 실크로 치장된 어두운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관리가 잘 된, 오래된 옷임을 알 수 있다.
과거의 영광:
아주 옛 적, 스코틀랜드의 대지주였던 제플린은 백작 작위를 받은 명실상부 귀족이었다. 그러나 세월을 거듭해가며 가세는 기울었고 소작농에게 임대해줄 땅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리고는 가뭄이 심하게 든 19XX년. 제플린은 폭삭 망해버리고 만다! 부자는 망해도 삼 대는 간다던가? 어떻게든 아득바득 세를 이어나가 귀족원에서도 냉큼 한 자리를 차지 했던 제플린은 계속된 사업의 실패로 지금 들어서는 귀족의 기역자도 엿보이지 않는 눈물 나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저 과거에 물려받은 50lbs 만큼의 비루한 유산만을 끌어안고…
아무튼, 그런 볕 하나 들지 않을 것 같은 제플린의 앞날에 등장한 것이 줄리아. 작년, 열 다섯의 나이로 거뜬하게 솔브 아카데미에 합격한 줄리아 제플린이다. 솔브 아카데미를 1년만에 졸업해서 제플린의 이름을 다시 세상에 알리고, 발돋움해서 집안을 다시 일으키고 말겠다는 거대한 야망을 품은 대귀족!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올 해 당당히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아카데미에 걸음한 것이다.
레이디의 철칙:
규칙 1. 찾아낸 코드는 솔브 공홈 주소 뒤에 입력해서 접속한다.
하나. 항상 드레스를 입을 것!
교복을 구할 돈이 없어서 대신 물려받은 유산 중 제일 소중히 여기는 드레스를 입고 다닌다. 어찌나 열심히 관리하는지 옷에 잉크 한 방울 튀기는 것을 용서치 않는다. 이 드레스만큼 좋은 옷은 없단 말이야!
둘. 주제를 알게 할 것!
시대가 너무 발전해 귀족이고 뭐고 상관 없어진건 없어진거고. 곰팡내 나게 망했다고 해서 증조 할머니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팔지 않았던 귀족 작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내가 귀족인 건 사실이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으면 스스로 알려주도록 하겠어. 상대를 ‘평민'이라고 지칭하는데에 악의는 없어도 이유는 있는 법이다.
셋. 아껴쓰고나눠쓰고바꿔쓰고다시쓰고…
다시 말 하지만… 제플린은 쫄딱 망했기 때문에, 가문을 부흥시켜야 하는 소녀가장 줄리아는 그 무엇도 허투로 쓰지 않는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것 처럼 버려지는 물건 하나하나 다시 쓰임새를 찾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재활용 하곤한다. 잠깐, 그 잉크펜 아직 잉크가 남아있는 것 같은 왜 버리는거야? 이 몸에게 주도록 해!
소원:
줄리아의 소원은 딱 두 가지.
첫째, 가문을 말도 안 되게 부흥시켜 떼 돈을 번 다음, 꿀과 터키 슬라이스가 잔뜩 들어간 아주 두툼한 샌드위치를 원 없이 먹는 것.
둘째, 이 촌스러운 이름을 개명 하는 것! 기왕이면 줄리아 같은 흔한 이름보단 엘리자베스 앙투와네트 같은 멋진 이름이 조금 더 귀족스럽지 않은가…
매일 이사장 동상의 머리를 반질반질하게 매만지며 소원을 빌고 있다.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