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빛이 번지는 검회색 머리칼에 노랗게 빛나는 눈동자를 가졌다. 머리칼은 늘상 부스스하지만 나름 최대한 힘을 다해 정리한 모양새. 뾰족하게 솟은 눈꼬리는 금빛 눈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더한듯 하다. 선배들로부터 중고를 구입해 입은 교복은 여러사람의 손을 탔기 때문인지 여기저기 때가 타 꼬질꼬질한데다 손발 소매가 짧은 감이 있다. 교복까지는 어찌저찌 저렴하게 구해 입었다지만 코트는 매물을 찾기 어려웠던지라 두툼한 곤색 가디건을 하나 허름하게 걸친다. 쉽게 말걸기 힘들어보이는 인상이지만 딱 한번만 말 붙여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 침착한 | 세심한 | 엉뚱한 ]
인사를 건네면 매번 적당한 대꾸가 돌아올 뿐, 별나게 활달한 반응이 잇따르진 않는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한번이라도 인사를 나누었다면 기필코 당신을 잊진 않을 것이다. 겉으로 크게 표를 내진 못하지만 주변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어조가 느릿하고 말 수가 많지 않을 뿐이지 상대에게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구태여 번잡스러운 말은 하지 않는 편이라지만 간혹 입을 열었을때 튀어나오는 말들은 뜬금없기 짝이 없을 때도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해야겠어. 저 안에 있는 어항이 마음에 들어.’ 라던가. 침착하지만서도 엉뚱한 성미 때문에 대범한 행동을 척척 벌이기도 한다. 스스로 다소 엉뚱한 편인걸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나 혹시 방금 좀 이상했어?' 라며 친구들에게 묻는 일이 잦다. 그런 탓인지 대인관계에 크게 자신있는 편은 아니다.
[ 호기심 많은 | 성실하고 부지런한 ]
그렇게 학교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게 된 것도 벌써 3년 째. 크게 늦은 적도, 농땡이를 부린 적도 없다. 부지런하기로는 지금껏 일해온 아르바이트생 중 단연 최고라며 종종 칭찬 받기도 한다. 아르바이트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학비에 보태려고’, ‘부모님께 용돈 손 벌리고 싶지 않아서’ 정도를 들지만, ‘카페 한 켠에 놓인 어항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어서’도 역시 하나의 큰 이유. 물 속에서 대체 어떻게 숨을 쉬는건지, 과학적인 이유야 충분히 알고있다지만 일단 보기엔 신기하다나 뭐라나… 손님이 없을 때에는 시킨 적도 없는 어항 청소를 하거나 먹이를 주며 시간을 보낸다.
[ 긍정적인 | 노력하는 | 정 많은 ]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에는 짧게라도 일과 과목을 복습하고 졸업시험 공부에 시간을 쏟는다. 학습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기보다는 끈기 있게 노력하는 타입. 조금 느려도 해야 할 일은 언제나 확실히 종결을 짓는다. 문제풀이 방식에 있어서도 ‘모든 것은 답이 있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해결 방식을 모색하는 꾸준함을 보인다. 긍정적인 사고를 습관으로 하여 주변에 손을 내미는 일도 잦다. 성격상 엉뚱한 도움을 건넬 때도 있기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늘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큰 야망이 있거나 대단한 삶의 목표를 두고 있는 타입은 되지 못한다. 그는 그저 매 순간 노력하며 사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몰랐던 것을 습득하고,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들이 그에게는 큰 행복이자 이 순간 그의 모든 것이다.
호주 출생. 호주에서 홈스쿨링을 통해 기본교육을 이수한 이후로는 솔브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왔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의 자제인지라 넉넉한 형편은 아니기에, 값비싼 교복을 새로 지어 입기는 힘들어 선배들이 입던 교복을 적당한 중고 장터에서 구매해 착용하고 있다. 손발 소매가 짧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굳이 교복을 입을 필요는 없는데도…’ 라는 것이 본인의 주장. 하지만 부모님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그에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나 뭐라나? 재학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키가 자라는 바람에 그의 교복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 덕분에 긴 양말을 신고, 짧은 소매를 손으로 가리는 습관이 생겼다.
솔브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는 집에서 꾸준히 홈스쿨링을 받았다. 정확히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 한켠에 앉아 책을 읽고 학습서를 풀었다. 학교를 다녀본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까지이다. 그의 부모님에 따르면 할시 스스로가 '학교에서의 진도가 너무 빠르다. 나는 천천히 오랫동안 공부하고 싶다'며 스스로 의사를 밝혔다고. 그의 의사를 존중한 부모님 덕분에 약 4년간 교육기관의 도움 없이 공부해왔다. 학교 아닌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또래와의 교류가 많았던 편은 아닌지라 다소 엉뚱한 사고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문제로 짚어질만한 수준은 아니다.
비싼 학비가 입학에 있어 걸림돌이었으나, 일정 이상의 점수와 성실한 수업 참여를 전제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던 덕분에 꾸준히 재학중이다. 입학 당시에는 16살. 벌써 세 번의 졸업시험을 치루었다. 목표는 올해 졸업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자신있어보이지는 않다. 장학금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스스로 메꾸고 싶다며 근처 카페 ‘멜로우(Mellow)’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스무디와 주스. 수업이 얼추 끝난 시간 쯔음 카페로 발걸음하면 쉽게 그를 만날 수 있다.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대단히 좋은 편도 아니다. 장학금을 받을 정도에 겨우 턱걸이 하는 수준이랄까? 그의 말로는 솔브 아카데미 입학이 자신에게는 더없이 큰 행운이었다고 한다. 머리가 좋은 편이라기엔 노력에 기대는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이 그 스스로에 대한 평가. 주로 수강 신청하는 수업은 ‘추론과 논리’, ‘위험인지분석학’ 이지만 이는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수업일 뿐, 사실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동물생태학’이다. 자연에 눈을 두고 있을 때 만큼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나 뭐라나… 호기심 끄는 생물이 많아 자연히 시선이 가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장래희망을 묻는다면 잠시 망설인다. 그러다간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부모님께 맛있는걸 잔뜩 사드리고 싶어. 호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좋을거야. 엔진이 덜그럭 거리는 차도 바꿔드릴거고, 마당이 딸린 전원 주택에 온 가족이 모여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고 나서는… 그 이후에 생각해볼래.’ 여태 많은 친구들이 물을 때마다 늘상 그의 대답은 이러했다. 직업 하나를 콕 집어 답한 적이 없다. 아직 명확한 희망사항이 없는건지, 또는 고민중인건지… 솔브 아카데미로의 입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 역시 이와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아직 명확히 꿈꾸고 있는 미래와 희망하는 장래가 뚜렷하지 않기에 일단 솔브 패스를 취득하고 보려는 것. 솔브 패스가 있다면 최소한 넉넉치 못한 집안 사정은 해결될테니 현실적인 부분은 해결되는 셈이다. 꿈을 가지게 되는건 그 이후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엔 종종 학교 옥상에 자리를 깔고 앉아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거나 근방 숲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자연 관찰이 좋다면 그와 관련한 동아리 활동을 할 법도 한데, 그렇게까지 일을 벌리기에는 또 선뜻 자신이 나질 않는듯.
좋아하는 것 : 동물(특히 새, 물고기), 관찰, 아르바이트(어항 구경을 좋아하는걸지도…), 친구
싫어하는 것 : 싫어도 크게 티 내지 않는 편이라 잘 표나지 않지만… 시금치. 맛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