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들짐승같던 모습은 어디갔는지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은 반으로 잘 묶어 정리하고 길이도 품도 딱 맞는 정장을 입은 사회인만 남았다. 키도 콩나물처럼 자라 이전의 구부정한 모습을 기억하며 시선을 낮추면 겨우 어깨정도나 보인다. 그러나 세상이 모두 장난이라는 듯 입꼬리를 올리는 이목구비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바가 없다. 어두운 구석을 좋아해 희멀건한 피부나 말라빠진 몸도 여전하다. 하지만 약간은 햇빛이 남긴 흔적이 보이는 것 같기도?
"제가 말한 대로죠?"
퀸비 퀄스는 더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근 1년 간은 의도한 거짓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면 동창들은 믿을 수 있을까? 심지어 먼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내미는 게 몸에 익었다는 건 어떨까? 심지어 믿음, 정직, 신뢰로 자신을 홍보한다면? 놀랍게도 퀸비 퀄스가 일기장에 적은 문장이 사실인 것처럼 이 서술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머리를 묶고 정장을 걸쳐입는다고 수년 간 사용한 얼굴근육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고작 거짓말의 빈도 수가 줄었다고 그의 성격이 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조금의 거짓도 없이 사실만 말하면서도 여전히 사람을 곯리기를 좋아하고, 생색을 내는데 여념이 없으며 아침에 예민하며 조금 게으르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다. 믿음, 정직, 신뢰를 보이면서도 호감을 사진 못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게 퀸비가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회계사 자격증을 딴 이유다.
생일은 5월 17일, 하지만 실제로 기념하는 건 10월 10일.(가끔 서류를 작성할 때 틀린다.)
혈액형은 RH-AB, 취미는 음악 감상, B선생님 성대모사, 특기는 눈싸움과 바느질, 베이킹.
좋아하는 건 머핀과 엘더베리잼, 사슴.
싫어하는 건 고함소리와 두꺼비. 자신에 대한 질문에는 이제 큰 거리낌이 없다. 회계사에겐 자기 PR이 중요한 법이다.
직업은 회계사. 변호사와 회계사 시험을 졸업 전에 봤다. 농담 삼아 솔브 아카데미 졸업 시험의 위명을 높였으니 고마워해야하지 않냐 말한다.
- 솔브 아카데미를 12년만에 졸업. 다닌 지 8년쯤 되었을 때 졸업 요건을 채웠다. 그에 대해서 드디어 맞췄다는 의견 반, 실수로 맞췄다는 의견 반. 아무튼 4년 동안은 장학금을 받지 못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했다.
- 작년에 졸업했기 때문에 솔브의 밤은 공식적으로 처음. 하지만 가끔 솔브의 밤에 아르바이트 마냥 선생님이 불러서 잔심부름을 한 적이 있다.
- 남는 게 시간이라 학교 동아리를 한 번씩 거쳤다. 원예부에 들었을 땐 화단 하나를 파란 꽃으로 채웠다.
- 고치돈에 대해 투덜거린 것 치고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착실히 학자금을 충당하는데 썼다.
- 이제 이사장님의 덕담을 졸지 않고 끝까지 들을 수 있다.
- 솔브인은 형제자매나 다름없다는 소리를 하곤 한다.
-별첨이미지 출처 안팡규님 커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