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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거 다 ㅇ없다ㄴㅣ까 03:25]
[ㄴ넌 지겹지도 않아? 03:30]
유령은 퀴즈를 좋아한다는 제 말을 기억하고 꾸준히 연락을 보내주는 가장 멋진 친구. 처음엔 '정말로' 답을 듣고 전해주거나 겸사겸사 기쁘게 제 근황도 주곤 했는데 인생만사 술독에 놓아준 뒤로는 죄 부정하고만 있다. 당연하지, 이런 이야기를 네가 아직까지 믿어줄 리가 없다. 아니, 사실은 내가 그냥 유령이니 뭐니 하던 그 시절의 내가 싫은 거겠지. 그리고 선장 난 이제 네 배에 올라탈 정도의 승객도 못 되는걸. 그래도 스팸으로 등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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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가 내 집이지. 두 번째 집, 아니 첫 번째? ]
하퍼가 운영하는 카지노의 단골손님이다. 경영주임을 미리 알고 간 것은 아니고 정말 그냥 '마시고 도박하러' 방문했다가 짧은 기간 내에 상주손님으로 등극한 것에 가깝다. 미친 사람처럼 마신 날에 내려온 하퍼와 조우했고, 많이 놀랐다. 더 놀라운 건 아직도 그러고 있다. 이젠 제 전용자리도 생겼다고! 정말 답도 없는 날에는 하퍼가 직접 교통비 쥐어주며 집으로 돌려보내준다. 음, 다 괜찮은데 왜 자꾸 날 보고 미치겠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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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나와 ]
옆집에 시끄러운 사람이 산다. → 옆집에 시끄러운 동창이 산다 → 옆집에 시끄러운 자식이... 으로 변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게 뉴스라는 걸 안 것은 어느날 제법 가깝게 맞붙은 창문 밖을 봤다가 그만…. 네가 일주일씩 자리를 비울 때만이 진정한 평화의 순간이다. 자신도 거처에 자주 돌아오는 편은 아니지만 새벽이면 새벽, 주말 낮이면 낮, 옆에서 쿵쿵쿵... 너, 너 뭐 하는 거야? 조용히 안 해? 나 책 읽고 있었다고. 무언가 숨길 겨를도 없이 못 참고 문을 두드린 것도 벌써 몇 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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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미 와있어 ]
부르면 만나서 술을 사주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기로 한 건 아니고, 3년 전 어쩌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난 것이 계기다. 멜 본인은 이미 술에 절어져 있던 상태였는데... 솔직히 그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줄리아가 속상했다는 것만 잘 알겠다. 그 뒤로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마시자'는 연락이 오면... 기다린다! 왜냐하면 항상 여기 있거나, 저기 있거나, 마시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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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갔어, 그리고 몰라 아무것도 ]
구름 사진을 두고 내기를 하다가 전시를 열자는 약속을 했던가, 어쨌던가.. 이세리나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당시의 제 상태는 정말 최악이었다. (안 그랬던 적 없지만.) 물론 정말 잊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싶다…. 결국 열린 전시회에는 익명으로 이름을 달아놓고 선물을 보내며 마치 빚 메꾸는 사람처럼 다녀갔지만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친구에게 돌려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고, 그러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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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전방향으로 회피하면 되겠지 ]
이제 더 이상 구석자리 명당도 필요 없고, 너도 바빠 보이고. 간간히 연락을 이어가다가 제 어느 어두운 시기를 기점으로 뚝 끊겨버렸다. 이후는 뮤이엘의 평판을 생각해서 자신이 거리를 두는 것에 가깝다. 어차피 늘 만취상태라 제대로 된 언행으로 보이지도 않겠지만. 제 생각엔 이제 정말로 누구에게든 '사랑스러운 사람'인 네가 전혀 반대인 저를 친구로 봐줄 리가 없다는 게 속내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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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어 ]
자라면 같이 놀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이야기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잘 안 된 것 같아…. 최악의 상태로 오래간만에 재회한 너와 예전처럼 카페에 갔다. 마음에 들었던 디저트를 가득 시켜놓고서, 그날 종일 불안에 빠져있었다. 자신이 과연 약속을 지킨 친구가 맞을까? 일단 사람이어야 할 것 아냐...? 좀 더 멋진 친구였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심각한 사안이다.) 아모의 입에서 앞으로도 계속 친구라는 말을 들어놓고도 아직까지 의심 중. 그래서 이후 당도하는 연락에 괜찮다는 말 말고는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맞아 맞아, 나 오늘도 그냥 괜찮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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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 마 이제 들어주지 않아도 되니까 ]
졸업 전부터 가장 큰 편이 되어주겠다 마음먹은 사람. 그리고 이제는 그냥 피하고 싶은 사람.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연락을 끊었더니 글렌이 찾아왔다. 하필이면 그게 가장 나쁜 상황일 때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 하기사 너는 언제나 정면돌파에 가까운 사람이었지. 조금만 더 늦지 그랬어. 단언컨대 절대 그런 모양새로 만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나 뭐 했을지도 몰라. 아니 넌 이제 그냥 가봐도 돼….' 이후에 있었던 법정공방보다 글렌과의 작은 다툼이 가장 끔찍했던 일 중 하나로 남았다.
난 여전히 네 편이고, 목화는 가장 좋아하는 꽃이고, 네 부하도 내가 데리고 있지만 네가 몰랐으면 좋겠다. 편에도 자격이 있다면, 자신은 절대 아닐 테니까. 그래서 다시 만나게 된 글렌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이나 하게 된 것이다. 싫어, 몰라. 더 마실래. 아무것도 모르고 싶다니까. 난 이미 마지막 정거장 선로 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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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진심 '안' 말하기 게임 중? ]
제 인생이라면 뭐든 놓기로 했으면서 하나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면 못되게 굴기로 작정했었던 친구와의 약속이겠다. 네 생일도, 안 생일도 축하해. 이상한 선물들이 제 공간을 가득 메울 동안 긴 시간이 지났으니 전보다 나아졌냐고 하면, 아니! 여전히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게 많고, 멋대로 미워하기도 했다. 뭐든, 지금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냥 마시고, 그런 뒤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을래. 그나저나 네가 정직? 믿음? 신뢰? 이 거짓말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