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드가 아닌 유디트로서 마주하게 된 뮤이엘은 객관적으로... 귀엽다! 과거 귀염성 없고 오만하기만 했던 남동생 대신 깜찍한 여동생이 생긴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뮤이엘의 응석이나 장난도 곧잘 받아들이게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인기 모델이 되어버린 뮤이엘이 서점에 방문할 때마다 누군가 알아보지 않을까 싶어 노심초사한다. 어떡하지, 사람이 너무 몰려서 곤란해지면? 그러다가 보금자리를 옮겨야 하는 일이 오면? 하지만 '야옹이'와 놀아주는 뮤이엘의 모습을 가장 좋아하는 차 한 잔과 함께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그런 고민들은 눈 녹듯 사르르 없어지는 것이 일상.
-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게 된 이후부터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더이상 억누르지 않았다. 그 중 하나는 역시, '친구'라 단언할 수 있는 상대인 아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편안하고 즐겁다는 사실을 인정한 순간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오랜 시간 솔브 아카데미에 머무른 두 사람은 졸업을 전후로 문제풀이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곧잘 주고받았다.
이쪽이 먼저 솔브를 졸업하고, 각자 생업과 가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뒤 닿은 연락을 계기로 아모는 종종 유디트의 서점에 놀러온다. 잔뜩 선물을 사 오는 아모를 놀라며 맞이한 후 다과와 함께 나누는 이런저런 수다는 유디트에게 있어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다. 가장 좋아하는 아모의 그림은 서점의 한쪽 벽, 잘 보이는 곳에 액자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
나르에게는 여러모로 신세를 졌다. 내심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던가 못 이기는 척 그에게 끌려다니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됐다던가. 또한, 당사자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보란듯이 배를 사고 먼 바다로 나가는 그를 보고 자신 또한 아직 당장은 뚜렷하지 않은 자신의 꿈을 향해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자 결심하기도 했다.
연락이 끊긴 적은 딱히 없다. 유디트는 나르의 매 항해마다 무사고를 기원하고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일방적으로) 인정받은 1호 선원인 것치고 실제로 한 배를 탄 것은 딱 하루. 문자 그대로 '꿈'과 '모험'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순간만큼은 정신없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날들 사이에서 진심으로 편안하고 즐겁게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
계획적인 동시에 우발적인 가출 직후 혈혈단신이 되어 이세리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빌미는 재학 중 받아냈던 '곤란할 때 한 번 도와주기' 약속. 그제서야 자신의 정체를 밝힌 뒤, 자취하는 이세리나의 집에 몇 개월쯤 얹혀살았다. 집세를 내는 대신 가사를 도우며 구직활동을 했고 프랑스로 떠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중.
이세리나에게 아닌 척 상담하던 것들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아직도 정확히 어떠한 일을 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이야기를 들으며 한 번쯤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들을 하나씩 시도해보는 즐거움이 있다.
-
16살, 졸업시험을 앞둔 어느 날에 글렌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서부터 마음속에 있던 짐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이후 시시콜콜한 것부터 진지한 이야기까지 서로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어떻게 보면 제 안에 응어리진 무기력함을 불편함으로 바꾸어 제 삶을 되찾게 해준 상대이기에 마음 한 켠에는 항상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일찍이 졸업한 글렌과도 연락을 지속했으며 학기중의 문제풀이에 대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딛고 자신의 이름으로 솔브 패스를 따냈을 때, 졸업식에 꽃과 함께 찾아온 글렌을 발견한 순간은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지금은 글렌이 선물해 준 시계를 항상 착용하고 지낸다.